마니와 이주일기

일본 마니와에서 시작한 작은 정착 이야기

마니와 이주일기 글 삽입이미지

마니와에 처음 도착했을 땐, 적막이 낯설었다.
도쿄의 마지막 아침은 시계 초침 소리도 잘 안 들릴 만큼 시끄러웠는데, 이곳은 정반대였다. 새벽이면 어딘가에서 울리는 이름 모를 새 소리, 빗소리보다 더 조용한 이웃의 발소리, 마치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은 정적. 그걸 견딘다기보단 익숙해지는 데 한 계절쯤 걸렸다.

이주를 결심한 건 무언가를 ‘바꾸고 싶어서’라기보다, 그냥 더는 도시에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. 조금씩 무뎌지는 감각들, 회의실 안에서만 흘러가는 하루, 콘크리트에 갇힌 계절. 그게 싫었다. 마니와는 다를 거라 확신한 건 아니었지만, 적어도 ‘몰랐다’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. 새롭게 배워야 하는 곳이면,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.

처음엔 정말 모든 게 낯설었다. 슈퍼마켓은 일찍 문을 닫고, 고양이는 개처럼 먼저 인사를 하고, 사람들이 농산물 얘기를 할 땐 농담처럼 웃지만 눈빛은 진지하다.
그리고 그 사이에서 내가 나누는 말투, 걷는 속도, 장을 보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변했다. 가장 놀라운 건, 예전에는 흘려보냈던 감각들—예를 들면 비 오기 전 공기 냄새 같은 것—이 다시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.

maniwa-ijublog.com은 그런 변화들을 기억하고 싶어 만들었다. 거창한 이주 전략이나 정착 노하우보다는, 이름 붙이기 어려운 ‘감각의 변화’를 기록하는 데 더 가깝다. 그건 이주한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종류의 이야기이고, 나만이 써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.

지금도 여전히 마니와의 속도에 완전히 익숙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. 하지만 하루 중 몇 순간은 확실히, 여긴 내가 선택한 공간이라는 걸 느낀다. 아주 조용히, 그리고 분명하게.

– 조유진 생활기록자 | maniwa-ijublog.com

답글 남기기

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. 필수 필드는 *로 표시됩니다